길고 길었던 베트남 음력설 연휴가 마무리됐다. 이제 곧 모든 것이 평소처럼 돌아갈 것이다. 음력설 직전에 볼일이 있어 테크콤뱅크(Techcom Bank)와 비엣콤뱅크(Vietcom bank)에 방문했는데, 직원들도 막 직장에 복귀해서 그런지 사진을 찍으며, 음력설의 끝자락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비엣콤뱅크에서는 뜻밖에도 세뱃돈, 띠엔 리 시(tiền lì xì)를 받았다. 금액이 랜덤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받은 봉투에는 50,000동이 들어있었다. 누군가에게는 한끼로서 충분한 세뱃돈이다. 호치민 3월 날씨와 일자별 강수확률건기(乾期) 중에는 비가 거의 안오기 때문에 여행을 즐기기 수월하지만, 날씨가 꽤나 덥다는 게 변수다. 기본적으로 호치민은 일년내내 덥다. 그중에서도 건기의 피크라 할 수 있는 3월과..
베트남의 공식적인 공휴일 일수는 총 11일밖에 안된다. 다만, 노동계의 강력한 요청에 힘입어 12월 31일, 즉, 묵은 해의 마지막 날 역시 새해와 함께 공휴일로 쉬는 안이 고민되고 있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이외에 석가탄신일이나 성탄절과 같은 종교적인 기념일들은 공휴일이 아니지만, 사업체에 따라서는 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베트남 공휴일의 유래에 관해 알아보자. 2025년 베트남 공휴일 총정리베트남에도 대체공휴일이 있다. 그래서 공휴일이 일요일인 경우에는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보통 월요일에 적용된다. 얼마 되지도 않는 공휴일인데, 제대로 쉬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거의 무조건이라고 보면 된다. (참고로 베트남은 주 6일제이기 때문에 공휴일이 토요일인 경우에는 그냥 그날 쉬는 편이다.) 베..
베트남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종 제도들도 이에 발맞춰 함께 정비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주민등록증이 기존 비닐코팅에서 플라스틱 재질의 카드로 바뀌기도 했다. 문득 베트남의 주민등록증은 어떨까 싶어 찬찬히 살펴봤다. 확실히 남다른 점들이 있었다.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사회현상들을 그저 보고 즐기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문화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재미를 넘어선 나름의 통찰력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이런 조금만 사회현상 하나하나가 어떤 식으로 변화와 파장을 일으키는지 살펴보는 것도 남다른 재미가 있다. 베트남 주민등록증 변천사아래는 베트남 구형 주민등록증이다. 한국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다른 ..
시작에 앞서 해당 포스팅의 주요 맥락은 지난 2019년 6월에 작성됐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그간 변화된 사항들은 추가적인 확인을 통해 최대한 현재의 상황에 맞춰 수정했다. 더불어 현재 베트남은 굉장히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 문화, 제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에는 A라는 정보가 맞지만, 내년에는 A가 틀리고 B라는 정보가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야 된다. (즉,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수밖에 없다.) 베트남 로컬병원, 쩌라이병원베트남의 의료환경은 매우 형편없다. 이는 한국이라는 의료 선진국에서 살다 온 외국인의 잣대로 평가한 것이 아니라 많은 베트남 현지인들도 공감하는 바이다. 사실 호치민은 편의점이나 마트, 백화점과 같은 편의시설은 물론..
새해가 다가오니 왠지 모르게 떡국을 먹어야만 할 것 같았지만, 베트남에서는 뭔가 특별하게 챙겨 먹고 싶어서 쌀국수(?)를 먹었다. 대신 평소에 자주 가던 음식점 말고, 입맛에 꼭 맞는 쌀국수를 먹으러 퍼레(Phở Lệ)에 갔다. 퍼레의 쌀국수 가격은 그새 더 올라서, 이제 거의 한 그릇에 80,000동을 바라본다. 원래는 중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가성비 좋은 맛집이었는데, 지금은 역시나 가격이 많이 올랐다. 그럼에도 퍼레의 인기는 여전하다. 대기는 없었지만, 2층에서 식사를 했고,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유독 맛있게 느껴졌다. 참고로 퍼레는 다른 쌀국수집들에 비해 육수가 굉장히 진한 편인지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해를 축하하는 길거리 환영 문구들을 발견했다. 쭉 믕 남 머이(..
지난 2020년 2월을 기점으로 중국발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망자 수는 6.8백만명이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사망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대략 2배 정도 될 거라는 추정만 있을 뿐이다. 지난 코로나 확산시기 동안 베트남 호치민시에 머물었는데, 계획은 물론 심경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사업을 접는 광경을 두눈으로 셀 수 없이 목격했다. 이 모든 일들이 어이없게도 일부 중국인들이 박쥐를 잡아먹어서 생긴 일이라고 하니,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단언컨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가 한국인과 베트남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가슴 한가운데 깊이..
오랜만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급하게 처리해야 될 일을 마무리하고, 아침식사를 하러 밖에 나갔다. 아침 6시경이었던 것 같다. 평소에는 이렇게 아침 일찍 밖으로 나올 일이 별로 없어서 잘 몰랐는데, 정말 많은 베트남인들이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건기에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공기가 제법 쌀쌀한데도 불구하고, 직장에 출근하러 그리고 그런 분들에게 커피나 주스, 반미를 판매하러 많은 사람들이 도로에 북적북적 나와 있었다. 한켠에는 리어카를 놓고 과일을 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베트남에 머물다 보면, 자연스럽게 베트남 과일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과일들을 잘 먹어보지 못해서 그런지 이색적인 맛에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사과나 딸기, 포도와 같이 한국에 흔한 과일들..
아픈 데는 장사 없다. 더구나 베트남에서는 아예 병원을 안가는 것이 최선이므로, 사전예방을 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평소 감기 기운이 조금만 느껴지면 바로 감기약을 먹곤 했었다. 베트남처럼 더운 나라에 감기가 있을까 싶지만, 호치민의 경우, 건기에는 일교차가 심한 편인지라, 밤에는 온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특히 환절기인 4~5월(건기→우기)과 11월(우기→건기)에는 주변에서 콜록콜록 거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응급상황을 대비해 가까운 병원이 어딘지 알아두자!예전에 한번 가까운 지인이 갑자기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파해, 급하게 병원에 가야 되는 상황이었다. 엉엉 울면서 배를 움켜 잡고 아파하는데, 순간적으로 나 역시 정신이 멍해지면서 어느 병원에 가야 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이때 ..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하며, 자연스레 지난 2024년을 돌아봤는데, 굉장히 짙은 아쉬움을 느꼈다. 2020년 음력설을 기점으로 퍼진 중국발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쏟아부었던 모든 노력들이 그야말로 한순간에 물거품 되고 말았다. 국경을 손쉽게 옮겨 다닐 수 없는 팬데믹 시대에 유학산업은 관광산업만큼이나 치명적이었고, 사업 파트너이자 동료인 싱가폴과 필리핀에 있는 어학원 원장님들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나마 베트남 교육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 뒤늦게 런칭한 온라인 교육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아 다행이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힘든 줄 알았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호치민 날씨정보는 늘 대략 한달 전에 업데이트하므로, ..
베트남에 온 지도 벌써 7년이 넘어간다. 여러 가지 경험을 겪은 탓인지, 베트남에 대한 편견이 몇가지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베트남인들은 일처리가 야무지지 못하고, 매일 낮잠을 자야 될 정도로 게으르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수긍될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깊이 살펴보면, 편견은 역시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격동의 베트남 근현대사를 알고나면, 왠지 모르게 일처리를 딱 부러지게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는 이해된다. 베트남 전쟁을 겪으면서, 사회주의 진영과 자유주의 진영이 교차하는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40대 이후의 베트남인들에게 있어, 어떠한 일에 책임진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되는 일이 있었다. 오늘은 A라는 행위가 국가에 충성하는 행위였다면, 다음날에는 정반대로 국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