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약국 방문후기 (+구충제 복용법)

 

베트남에 온 지도 벌써 7년이 넘어간다. 여러 가지 경험을 겪은 탓인지, 베트남에 대한 편견이 몇가지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베트남인들은 일처리가 야무지지 못하고, 매일 낮잠을 자야 될 정도로 게으르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수긍될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깊이 살펴보면, 편견은 역시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격동의 베트남 근현대사를 알고나면, 왠지 모르게 일처리를 딱 부러지게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는 이해된다. 베트남 전쟁을 겪으면서, 사회주의 진영과 자유주의 진영이 교차하는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40대 이후의 베트남인들에게 있어, 어떠한 일에 책임진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되는 일이 있었다. 오늘은 A라는 행위가 국가에 충성하는 행위였다면, 다음날에는 정반대로 국가를 배반하는 행위로 변했던 불안정한 시기였다. 이게 불과 20~30여년 밖에 안된 일이었다.

 

낮잠도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베트남의 오후는 (특히 건기 오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덥기 때문에, 오침을 1시간 정도 즐기는 대신 일을 아침부터 일찍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새벽부터 장사를 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낮잠은 어쩌면 이런 무더위 속에 살아가야만 하는 베트남인들의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베트남 약국 방문후기

기본적으로 베트남 약국은 프랜차이즈 약국과 개인 약국으로 구분된다. 프랜차이즈 약국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파마시티(Pharmacity)가 아닐까 싶다. 파마시티는 호치민을 비롯한 남부지역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약국이다. 이곳에서는 약들과 함께 일부 생활용품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방문해 보면, 한국에 있는 올리브 영과 같은 드럭스토어 느낌이 난다. 깔끔하고 전산에 의해 약들이 관리되고 있기에, 유통기한이 지난 약들을 판매할 것 같진 않다. 가격은 로컬 약국들과 거의 비슷하다.

 

베트남 약국 파마시티

 

보통 개인약사가 운영하는 로컬약국은 아래와 같은 간판을 달고 있다. 제일 왼쪽 사진에 있는 투옥 떠이(thuốc tây)는 양약이라는 뜻이다. 가운데 사진에 있는 냐 투옥(nhà thuốc)은 약국, 오른쪽에 있는 히에우 투옥(hiệu thuốc) 역시 약국을 의미한다.

 

베트남 로컬약국

 

구충제 복용법

오늘은 구충제를 사러 약국에 방문했다. 베트남에 온 지도 제법 됐으니 구충제를 한번 먹어야 된다고 해서, 아래 제품을 구입했다. 제조사는 얀센(Janssen)이며, 가격은 19,800동이다. 한국에서는 구충제를 딱히 챙겨 먹지 않았는데, 음식점에서 조리를 할 때 아무래도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6개월이나 1년에 1번씩 먹는 게 좋다고 한다. 참고로 이보다 더 자주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안좋을 수 있다.

 

베트남 구충제 Fugacar

 

한국에서도 봄과 가을에 한번씩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기생충이 산란해 활동량이 극대화되는 봄에 한번, 무더운 여름 동안 날음식과 채소, 과일 등을 많이 섭취하며 기생충에 감염됐을 확률이 높으므로 가을쯤에 한번 더 복용하는 것이다. 같은 논리를 적용해 볼 때, 베트남에서는 우기가 끝나가는 11월과 건기가 시작하는 5월쯤에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베트남 구충제 구성품

 

실제로 베트남에서 회나 민물고기, 육류, 가재, 소라, 개구리, 뱀 등을 즐겨 먹고 있다면, 이미 각종 기생충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애완동물의 배설물에는 인수공통으로 전염되는 기생충이 있기 때문에, 구충제를 주기적으로 챙겨 먹어야 된다.) 구충제를 먹으면 요충, 회충, 십이지장충, 편충 등을 제거할 수 있다. 혹시라도 밤에 항문 쪽이 가렵다면, 위에 언급된 기생충에 감염됐을 확률이 높으니, 빠르게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구충제를 먹을 때는 공복에 먹어야 좀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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