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종 제도들도 이에 발맞춰 함께 정비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주민등록증이 기존 비닐코팅에서 플라스틱 재질의 카드로 바뀌기도 했다. 문득 베트남의 주민등록증은 어떨까 싶어 찬찬히 살펴봤다. 확실히 남다른 점들이 있었다.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사회현상들을 그저 보고 즐기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문화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재미를 넘어선 나름의 통찰력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이런 조금만 사회현상 하나하나가 어떤 식으로 변화와 파장을 일으키는지 살펴보는 것도 남다른 재미가 있다.
베트남 주민등록증 변천사
아래는 베트남 구형 주민등록증이다. 한국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다른 부분들도 생각보다 많다. Cộng Hòa Xã Hội Chủ Nghĩa Việt Nam(꽁화 싸호이 쭈응히아 비엣남)은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을 뜻한다. (그렇다. 새삼스럽지만, 베트남이 사회주의 공화국 체제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란다.) Độc lập(돕럽)은 독립, Tự do(뜨조)는 자유, Hạnh phúc(한풉)은 행복이라는 뜻인데, 이것들은 표어다. Giấy chứng minh nhân dân(여이 쯩 민 년 연)은 인민증명서로서, 주민등록증과 사실상 동일한 의미다.
참고로 베트남은 54개의 민족들이 모여 이뤄졌는데, 이중 Kinh(킨) 족이 베트남 전체 인구 중 약 87%를 차지한다. 나머지 53개 소수민족들의 인구가 대략 800만명 정도 된다. 의외로 공식적으로 불교를 믿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2% 밖에 안되며, 가톨릭 신도는 약 7% 정도라는 통계자료가 있다.
인민등록증 이외에 Nguyên quán(응우엔 꽌)인 본적과 관련된 증명책자가 따로 있는데, 그곳에는 베트남 독립 이후 인민등록증 소유자들의 거주지들이 모두 다 표기되어 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인민등록증 뒷면에 있는 신체적인 특징과 특이사항을 표기했다는 것이다. 내가 확인해 본 베트남 친구들의 인민등록증에는 각각 '4.0cm의 수술자국이 복부에 있다.'와 '귀 주변에 3개의 작은 점이 있다.'가 기록되어 있었다. 현재 사용 중인 신형 인민등록증에는 영문이 동시에 표기되어 있으며, 칩도 내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