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면서 호치민 곳곳에는 비어있는 빌딩들이 꽤나 많아졌다. 아마도 베트남 경제가 예전만큼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은 기대하기 쉽지 않을 듯싶다. 실제로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수익에 악영향을 주는 점포들을 가차 없이 폐점시키고 있다. 평소 자주 찾던 쌀국수 프랜차이즈 포24와 퍼남븡(Phở Nam Vương)만 봐도 정말 많은 지점들을 폐쇄시켰다.
아마도 제일 아쉬울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과 해당 브랜드를 좋아했던 팬들이 아닐까 싶다. 물론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곳들을 빠르게 폐업하는 게 맞지만, 가슴 한켠이 헛헛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러니 옛날부터 많은 어르신들이 세상일 아무도 모른다고 했나 보다.
호치민 쌀국수 맛집 퍼남븡 솔직후기
호치민 빈탄군에 있던 퍼남븡 지점이 폐쇄하면서, 거의 몇년 동안 퍼남븡에 가지 못했다. 그러다 요 며칠 전에 2군 안푸(An Phú)에 갈 일이 생겨서, 운 좋게 들릴 수 있었다. (참고로 안푸는 이제 투득시에 포함됐다.)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는 모습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던 것 같다.
프랜차이즈인 만큼 깔끔한 인테리어와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기본이다. 담배를 태우는 분들을 위해 외부에도 자리를 충분히 비치해 뒀는데, 실제로 이용하는 분들이 많았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칸타빌과 에스텔라 뒤쪽에 지점이 위치해서 그런지, 한국 고객분들이 많은 편이다.
가격은 코로나 확산 이전보다 조금 올랐다. 소규모 쌀국수 가게들이 보통 4만동(=2000원) 전후로 판매하는 것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긴 하지만, 여전히 메이저급인 4대 쌀국수집에 비해서는 확실히 싼 편이다. 가격인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작은 사이즈가 사라지고, 중간 사이즈와 큰 사이즈만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아침식사 대용으로는 작은 사이즈가 딱이었는데, 이제는 확실히 배가 좀 고플 때 방문해야 될 것 같다.
중간 사이즈로 시킨 만큼 양은 성인 남성이 한끼 먹기에 딱 적당했다. 쌀국수를 먹을 때는 주로 푹 익힌 양지가 들어간 포남(phở nạm)을 시키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퍼남븡의 쌀국수는 국물이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서 좋다. 찐득한 느낌은 없지만, 쌀국수 특유의 담백함과 고소함을 즐길 수 있다.
더불어 퍼남븡의 포남은 양지 이외에도 차돌박이, 거우(gầu)가 섞여 있어 쌀국수 입문자들이 먹기에 딱이다. 경험이 많은 분들은 도가니가 들어간 포건(phở gân)을 즐겨 먹는 것 같다. 참고로 더 많은 쌀국수 종류에 관해서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면 된다.
사진 제일 오른쪽에 있는 꽈배기 같은 밀가루 튀김은 꾸어이(Quẩy)라 불리는데, 쌀국수 국물과 같이 먹으면 별미다. 테이블에 함께 놓여 있다고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니 먹으면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된다. 이건 물티슈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에 처음 방문하는 분들은 좀 헷갈릴 수도 있는데, 이곳만 그런 것이 아니라 베트남 전반적인 식당문화가 그렇다는 것을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