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트렌드가 소유에서 공유로 넘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는 아파트 전세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매매가와 거의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월세마저도 너무 비싸져서, 아예 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공유사무실과 셰어하우스가 유행이다. 이는 땅값이 계속 비싸지는 호치민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호치민 자체는 큰 도시지만, CBD(central business district)라 할 수 있는 1군의 크기가 워낙 제한적인 탓에 다른 군들에 비해 건물 구매가는 물론 렌트비도 굉장히 비싸게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접근성이 좋고, 각종 주요 관공서가 위치한 1군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탓에 공유사무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치민에서 공유사무실이 과연 대세가 될까?
개인적으로 지난 2019년 호치민에서 창업을 했다. 세무신고를 담당할 현지 회계법인들을 알아보던 중에 가격이 합리적인 곳을 찾아가 보니, 공유사무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참고로 베트남은 세무신고를 3개월마다 계속해야 되기 때문에 무조건 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 안내데스크에 여러 회사들의 명패가 걸려 있고, 안쪽의 큰 사무실에는 책상이 많이 비치되어 있어 각 회사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미팅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은 안내데스크에 예약을 통해 정해진 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했다.
사무실 한쪽에는 사이즈가 제법 큰 사물함이 있어, 비품들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공유사무실이 좋은 대안이 될 거라 생각하며, 특히 온라인으로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하는 사업이 B2C인 경우에는 공유사무실 사용을 깊게 고민해 봐야 될 것 같다. 고객과 직접 만나는 순간에 비치는 공유사무실의 이미지가 생각보단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방문해 본 호치민의 어느 공유사무실의 임차료는 대략 1㎡ (당) $7 정도였다.
기본적으로 호치민에는 워낙 괜찮은 대형카페들이 많이 있어서, 공유사무실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복사기나 프로젝터, 화이트보드, 독립된 회의공간 등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이런 것들 만으로는 저렴한 비용을 앞세운 대형카페의 가성비를 이기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비텍스코 타워에 있는 Nest by AIA다.
호치민 1군 카페, Nest by AIA 솔직후기
호치민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 일명 어벤저스 타워에는 다양한 카페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Nest by AIA는 요새도 가끔 찾는 애정하는 곳이다. 호치민 정착 초창기였던 2018년에 일할 공간이 없어서, 이곳에 가서 하루종일 일했던 날들이 많았다. 참고로 Nest by AIA는 비텍스코 타워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개층을 더 올라가 안쪽으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살짝 숨어있어서 그런지, 뭔가 신비로운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애초에 AIA 보험회사가 카페 한켠에 사무실을 놓고, 보험설계사들이 고객과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테리어가 깔끔하면서도 오피스 분위기가 나도록 설계됐다. 특히 층고가 매우 높고, 테이블 간 간격도 여유가 있어서, 탁 트인 느낌이 들어 좋다. 솔직히 1군에서 이 정도로 공간을 낭비하며, 설계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뭔가 AIA만의 철학이 담겼다고 본다. 특별한 인테리어 때문에 Nest by AIA는 호치민에서 예쁜 카페를 꼽을 때, 종종 순위에 오르기도 한다.
어떤 스타트업 회사는 아예 직원들을 이곳으로 출근시켜 함께 일하고 있었다. 사무실 임차료, 관리비(전기세, 수도세, 청소비) 등을 줄이는 대신 매일 직원들에게 복리후생으로 커피 1잔씩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회가 닿아서 한 직원과 얘기해 봤는데, 상황에 따라 다른 카페로 옮기기도 한다고 하니, 어찌 보면 비용을 아끼는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참고로 바로 위의 사진에 나오는 공간도 임차할 수 있긴 하지만, 현재는 AIA가 장기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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