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베트남인들이 은행을 믿지 않기 때문에 금고 사용을 선호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베트남 은행은 과연 안전한가 라는 물음을 던져 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베트남 은행업계는 4대 국영은행들을 중심으로 수없이 많은 (민영이라 할 수 있는) 중소형 로컬은행들과 외국계 은행들이 난립해 있는 상황이다.
일단 베트남 사람들이 떠올리는 베트남 은행 빅4는 비엣콤뱅크(Vietcom Bank)=상업은행=대외무역은행, 비엣띤뱅크(Vietin Bank)=산업은행, 아그리뱅크(Agri Bank)=농업은행, BIDV(Bank for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Vietnam)=투자개발은행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위 4대 은행들의 베트남 시장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현재 아그리 뱅크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은행들은 모두 IPO를 거쳐 베트남 주식시장에 상장돼서 공식적으로 민영화된 상태지만, 아직까지는 베트남 정부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사실상 국영은행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의 사례를 찾아보면, 기존 한국담배인삼공사를 민영화시킨 KT&G가 있다. KT&G는 공식적으로 이미 민영화됐지만, 지속적으로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정부의 의지를 사업방향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위 베트남 4대 은행들과 유사한 경영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 은행은 과연 안전할까?
베트남은 국영기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정부가 전면에 나서 어떻게든 해결한다. 비근한 예로 베트남전력공사의 만성적자 극복을 위해 지난 2019년 3월에 전격 단행한 파격적인 전기세 인상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약 8.0% 인상이었지만, 실제로는 약 100% 가까운 요금을 인상시켜 단숨에 수익성을 향상시켰다.
민영기업의 경우는 어떨까? 예전에 베트남 경제부총리가 방한 중에 한국은행과 금융회사들이 회동한 자리에서 베트남의 부실은행 4곳(Dong-A Bank, Ocean Bank, GP Bank, Construction Bank)에 대한 완전인수를 공개적으로 제안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사실 위 4개 베트남 은행들은 경영악화 혹은 각종 사고 등으로 인해 현재도 구조조정 중인 상태다. 팔고자 하는 물건에 하자가 있다는 걸 밝히면 누가 사겠나 싶겠지만, 이는 외국인에게는 금융업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는 현 베트남 상법을 이해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즉, 베트남에서 금융업을 당장 하고 싶다면, 위에 언급된 부실한 은행들을 사서 그네들이 가지고 있는 금융업 라이센스를 활용해 사업을 시작하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공개매각 구애와 함께 2020년 말까지는 추가적인 금융업 라이센스 허가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말 역시 덧붙였다.
이는 최대한 빠르게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일부 월급쟁이 CEO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영리한 접근이었다. 실제로 베트남 신한은행(공식명칭: 신한 베트남은행) 역시 처음부터 단독으로 외국계 금융법인을 설립한 게 아니라 굉장히 복잡한 인수합병 단계를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룰 수 있었다.
참고로 해당 사례를 통해 베트남 정부가 금융업과 같이 민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사업들은 국영인지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직접 나서서 해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