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의 한낮은 너무 말도 안될 정도로 더운 만큼 운동을 하려면, 이른 아침이나 저녁시간을 이용해야 된다. 실제로 이 시간대에 호치민을 돌아다니다 보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즐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라이딩하는 동호회 사람들부터, 아웅다웅 왁자지껄 한대모여 배드민턴을 치는 가족들까지 그 모습 역시 각양각색이다.
지난 수년동안 코로나가 할퀴고 지나간 호치민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완전히 회복된 만큼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비록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함께 공유하던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상적으로 일상이 굴러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희망적인지 모른다. 실제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스크를 뚫고 들릴 정도로 유쾌해 보여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전과 달리진 점을 굳이 찾아본다면,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제는 딱히 불편한지도 모르겠다.
베트남 제기차기 따가오, 다꺼우 소개
문득 눈에 띄는 놀이가 있었는데, 바로 다꺼우(혹은 따가오)였다. 다꺼우(đá cầu)는 베트남 전통놀이 중에 하나로 제기차기의 일종이다. 다(đá)가 발로 차다, 꺼우(cầu)는 제기라는 뜻인 만큼 어느 정도는 감이 오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봉다(bóng đá)는 축구, 꺼우롱(cầu lông)은 배드민턴이다.
다꺼우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서 제기차기하듯이 즐기면 된다. 아마도 남자라면 커피자판기 앞에서 컵차기를 했던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대학생일 당시, 도서관 커피자판기 앞에서 친구들이랑 컵차기를 가끔씩 했는데, 딱 그 느낌이다.
발을 이용해 제기를 차며, 상대방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날리는 것이 포인트다. 앞으로도 차고, 옆으로도 차고, 뒤로도 찬다. 상대방에게 날아온 제기를 받을 때 머리, 어깨, 가슴, 발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반대로 상대방에게 제기를 날릴 때 동작을 최대한 우아하게 팔을 뻗는다거나 동그랗게 만들어주는 게 특징이다. 이때의 동작이 체조나 발레에서 볼법한 포즈라서 그런지 상당히 여성스럽게 느껴진다. 암튼 다꺼우는 다른 운동 종목과 달리 몸싸움이 없는 만큼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는 놀이다.
실제로 공원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베트남 여성들이 다꺼우를 하는 것을 봤는데, 너무 잘차서 한참을 넋 놓고 쳐다봤다. 그러다 문득 다꺼우를 잘하는 여성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기에 어디서 배웠는지 물어보니, 초중고등학교 체육시간 때 다꺼우를 배웠다고 한다. 즉, 베트남 전 국민이 다꺼우를 잘하던 못하던 한번쯤은 해봤던 경험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혹시 몰라서 대회가 있을까 찾아보니, 놀랍게도 베트남 내에서는 전국단위 규모의 대회가 펼쳐지고 있었다. 다만, 다꺼우 경기에서는 네트를 두고, 상대방과 함께 찬다는 점에서 방식 자체는 족구나 배드민턴에 가깝다고 봐야 될 것 같다. 그리고 굉장히 스피디하고 공격적으로 제기가 오가기 때문에 주로 20~30대 남성이 선수로 출전한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