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비자 종류 총정리 (+XC 무슨 뜻일까?)

 

베트남은 코로나 확산에 맞서, 국경을 최대한 닫아 외국인의 입국을 차단하는 봉쇄정책으로 대응했다. 지난 2020년 3월을 기점으로 비자발급을 최소화했으며, 상용비자와 투자비자에 관해서만 특별입국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예외적인 입국을 허용해 줬다. 기존에 이미 베트남에 입국했던 외국인들의 관광비자와 상용비자는 1~3달 단위로 연장을 승인했지만, 지난 2021년 5월을 기점으로 비자연장마저 막았다. 물론 이후 점차적으로 풀리기 시작했으며, 현시점에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보면 된다.

 

악몽과도 같았던 지난 2021년

비자연장이 거절된 경우는 대개 둘 중에 하나였다. ⓐ 블랙리스트에 이미 등재됐거나 ⓑ 15일의 비자연장과 함께 여권에 XC라는 표기를 받은 경우다. XC라는 표기는 비자 대행업체를 운영하던 사람들조차 생소했는데, 쑤얻깐(xuất cảnh)의 약자로 '출국 혹은 출국하다'라는 뜻이었다. 즉, 남은 15일 동안 베트남 생활을 정리하고 비행기를 예약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강제성이 동반된 출국명령(compelled exit)인 셈이다.

 

베트남 출국비자(XC)

 

보통 2020월 3월 이후에 입국한 사람들이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해진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비자연장마저 엄격해진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기존에 장기체류하던 외국인들 중에 세금납부 없이 관광비자나 상용비자로 일을 하는 사례가 너무 많아져, 이들을 돌려보내기 위함이었다고 보는 게 가장 타당했다. 물론 XC 표기를 받은 사람들 중에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비자연장에 성공하기도 했는데, 이는 매우 흔치 않은 케이스였다.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사례는 상용비자로 연장을 계속 해온 사람들 중에서 많이 발생했다. 이는 상용비자의 특수성 때문이다. 애초에 상용비자는 베트남에서 일하는 것을 전제로 노동비자(LD)를 획득하기 위한 전단계 혹은 각종 비즈니스와 관련된 미팅 등을 목적으로 베트남에 단기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발급된다. 따라서 관계회사의 보증이 필수적인데, 일부 비자 대행업체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상용비자를 대량으로 신청했다. 즉, 비자 대행업체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던 셈이다.

 

하지만 페이퍼 컴퍼니들이 대대적으로 단속되면서, 우연히 해당 비자 대행업체를 이용했던 고객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게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 페이퍼 컴퍼니들을 애초에 제대로 단속하지 않았던 주무부처인 출입국사무소 역시 문제가 많았기에 부패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감사가 펼쳐졌던 것은 유명하다.

 

사실 지난 사태는 근본적으로 초청장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비자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외국인들은 어떻게 보면 피해자이며, 근본적으로는 초청장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될 것이다. 다른 나라들처럼 외국인이 직접 출입국사무소에 비자를 신청할 수 있게 한다면, 이런 혼란도 없었을 텐데, 매우 아쉽다. 초청장으로 인한 혼선은 이후 2023년 8월, 3개월짜리 e비자가 도입되면서 대체로 사라졌다.

 

베트남 비자 총정리, 장기거주용 베트남 비자 3가지

어쨌든 결론적으로 지난 사건을 계기로 현재 베트남에서 장기거주할 수 있는 방법은 총 3가지밖에 없게 됐다. ① 법인설립을 통해 받는 투자비자(DT), ② 베트남 회사 취업을 통해 받는 노동비자(LD), ③ 베트남인과 결혼한 뒤 배우자의 초청(보증)을 통해 받는 가족비자(TT)다. (물론 e비자를 3개월마다 연장하거나 무비자 입국을 섞어가며 장기거주하는 경우도 제법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① 투자비자(DT)

DT는 더우뜨(đầu tư)의 약자로 '투자, 투자하다'라는 뜻이다. 단, 지난 2020년 7월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됨에 따라, 투자비자 발급 역시 상당히 어려워졌다. 단순하게 DT라는 비자를 발급하던 이전과 달리 자본금의 규모에 따라 DT1부터 DT4까지 등급을 나눠, 허가받을 수 있는 비자의 만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1년짜리 비자인 DT4를 받기 위해서는 원화로 최소 1억 5,000만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며, 심지어 DT4는 배우자나 자녀를 초청할 수 있는 가족비자(TT) 발급마저 불가능해졌다.

 

베트남 투자비자 개정안 (2020년 7월)

 

DT1와 DT2는 사실상 개인이 아닌 기업이 투자하는 경우라고 봐야 되기에, 개인이 베트남에서 사업하며 받을 수 있는 비자는 DT3가 최대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1.5~25억 원 사이로 갭이 큰편인지라 신청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앞으로는 실제 사업체를 운영하지 않는 이상, 투자비자를 베트남에 장기거주할 목적으로 고려하기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해졌다.

 

② 노동비자(LD)

LD는 라오동(lao động)의 약자로 '노동, 노동하다'라는 뜻이다. 회사의 보증이 반드시 필요하며, 최대 2년짜리 비자 유효기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일부 변경된 사항이 있다. 앞으로는 LD1과 LD2가 나눠서 관리되는데, LD1은 노동허가를 면제받는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비자다. 예를 들어 이사회의 구성원, 노동허가증이 면제되는 일부 업종의 파견 주재원 정도다. 따라서 일반적인 외국인 노동자들은 LD2를 받아야 된다. 사실상 크게 바뀌지 않은 셈이다.

 

③ 가족비자(TT)

TT는 탐턴(thăm thân)의 약자로 '가족초청'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초청자의 보증이 필요하며, 주로 한베가정과 베트남에 주재원으로 파견 온 사람들이 노동비자를 가진 상태에서 가족들을 초청할 목적으로 이용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베트남에는 결혼비자라는 것이 없다. (극단적인 상황이긴 한데, 현행 제도에 따르면, 베트남 아내 혹은 남편이 사망할 경우, 한국인 배우자가 TT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만, 자식이 성인이 된 경우에는 자식의 보증으로 TT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베트남 비자 총정리, 단기거주용 베트남 비자 3가지

앞서 살펴봤던 투자비자, 노동비자, 가족비자는 사실상 이민 혹은 이주에 준하는 상황에서 고려하는 비자다. 베트남에 여행이나 유학, 어학연수 등을 목적으로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체류하는 경우에는 이용할 수 있는 비자의 종류가 총 3가지 있다.

 

① 여행비자(DL)

가장 흔한 비자는 여행비자이며, DL은 유릿(du lịch)의 약자로 '여행, 여행하다'라는 뜻이다. 기존에는 1개월, 3개월짜리 여행비자를 신청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1개월짜리만 발급되고 있다. 비자연장 역시 1개월 단위로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출입국사무소에 직접 신청이 가능한 1개월짜리 e비자의 인기가 많아졌다.

 

② 상용비자(DN)

앞서 잠깐 살펴본 상용비자는 흔히 비즈니스 비자라고 불리는데, 기본적으로 초청하는 회사의 보증이 있어야 된다. DN은 요안 응히엡(doanh nghiệp)의 약자로 '기업(사업)'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1개월, 3개월짜리 상용비자가 있으며, 비자연장 역시 1개월, 3개월 단위로 가능하다.

 

③ 유학비자(DH)

유학비자(=학생비자)는 주로 유학생들이 이용하며, DH는 유혹(du học)의 약자로 '유학, 유학가다'라는 뜻이다. 베트남 대학교 학사·석사과정 입학, 교환학생, 어학당 등록시 신청할 수 있으며, 과정을 등록한 기간만큼 비자 유효기간이 설정된다. 현재 일부 대학교에서만 유학비자 발급을 위한 초청장을 발급해주고 있지만,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으니 필요한 사람들은 꾸준히 확인해 봐야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베트남 비자는 이외에도 몇가지 더 있지만,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으므로 무시해도 무방하다. 다만, VR비자 정도는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VR은 비엑 리엥(việc riêng)의 약자로 '사적인 일' 정도로 해석되며,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발급되는 트랜짓 비자(transit visa)다. 출입국사무소에서도 어떤 명목으로 처리해야 될지 헷갈리는 경우에만 발급하는 비자다. 특별입국이 진행되던 당시 베트남에 입국하는 사람 중 일부가 VR비자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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