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은 정말 오랜 기간에 걸쳐 작성했다. 아직 전업 블로거가 아니기 때문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짬을 내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대체로 늦은 밤 시간을 이용하게 된다. 늦은 밤 시간에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므로 집중이 잘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감정에 너무 충실해져 나중에 정신 차리고 읽어보면 낯부끄러울 정도로 오글거릴 때가 많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번 콘텐츠도 그런 콘텐츠들 중에 하나였다. 그동안 이도 저도 못하고 임시저장 글목록에 두고 수정을 거듭하다가 이제서야 발행해 본다.
이민을 선택했던 결정적인 이유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잠깐 멈춰졌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많은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로의 이민을 꿈꿨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이민을 꿈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실 나 같은 경우에는 살면서 단 한번도 이민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30대 초반에 회사에 몰아닥친 구조조정을 겪으며, 연차가 오래된 선배들이 힘들게 퇴사하는 과정을 보면서 회사생활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
불현듯 20대때 방문해 봤던 호주에서의 삶이 떠올랐기에 직장을 그만두고, 필리핀 바기오에서 아이엘츠 공부를 시작했다. 기존에 목표했던 점수인 오버롤 7.0을 획득하고, 호주로 넘어가려던 찰나에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공부했던 어학원에서 GM(General Manager)으로 일하게 됐는데, 아마도 이즈음부터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진짜 내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했고, 대학에서는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이라 불리는 곳에 입사하기 위해 역시 또 아무 생각 없이 스펙 쌓기에만 몰두했다. 문득 지난 이력서를 돌아보다 보니, 각종 단체에서 주관하는 대학생 기자단 활동만 무려 4군데에서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불안한 마음에 멈추지 못했던 탓이 컸었던 것 같다. 자격증은 또 어찌나 중구난방으로 취득했던지, 이걸 왜 했나 싶은 것도 많았다. 20대의 나는 왜 좌충우돌하기만 했을까?
한국사회는 남들의 시선을 민감하게 의식하는 체면 문화가 존재한다. 나 역시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체면을 지키기 위해 하기 싫은 공부나 일을 했던 적이 많았다. 물론 억지로 하는 것 역시 어쨌든 그 과정 간에 배우는 게 있긴 했지만, 본질적인 뭔가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체면을 버리고 나니, 비로소 나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고, 뭘 위해 살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생겼던 것 같다.
문제는 한국에 계속 거주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지의 문제라고 하기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더불어 기존에 누려왔던 보이지 않는 작은 혜택들을 포기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보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 얻은 혜택들을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더 비정상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민은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베트남 이민은 애초에 호주, 캐나다 등과 같은 영어권 국가로의 이민과는 목적이 다르다. 호주, 캐나다로의 이민은 주로 자녀의 영어교육환경 조성과 각종 복지혜택을 누리기 위함이라면, 베트남 이민은 보통 사업기회 모색과 저렴한 물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일반화하면 호주, 캐나다에는 학부모들이 몰리고, 베트남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업가들이 뛰어든다고 보면 된다. 즉, 본질적으로 이민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틀리다는 것이다.
또한 베트남은 현재 통상적인 영주권 제도가 없는 탓에 이를 획득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따라서 엄밀하게는 이민이라는 단어보다는 이주라는 단어가 좀 더 적절함을 미리 밝힌다. 이주의 경우, 이민에 비해 비자를 새로 자주 발급받아야 된다는 불편함과 함께 외국인 여행자, 노동자, 사업자 등으로 간주되는 탓에, 아무래도 별다른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안좋은 점도 있다. (물론 베트남 정부가 운영하는 복지 프로그램 자체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닌지라 딱히 받고 싶은 마음도 없다.)
베트남에서의 사업기회
그렇다면 베트남은 정말 사업기회가 흔하게 널려 있을까? 그렇다. 나는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업기회가 많다는 것과 이를 성공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반드시 구분해야 된다. 최근 베트남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푸드를 알아보기 위해 호치민에서 겪어봤던 한국 음식점들을 예로 들어 보자. ① 타겟고객이 만약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라면 음식값이 비싸도 되는 대신 정말 한국에서 먹는 수준의 맛과 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한국식 서비스가 동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② 타겟고객이 베트남인이라면 음식 값이 저렴해야 된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끼에 40,000~70,000동 정도가 가장 적합하다. 그 이유는 한국음식은 여유가 별로 없는 10~20대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성공사례로는 하누리(Hanuri)가 있다. 한국의 김밥천국과 비슷한 컨셉인데, 회전율이 어마어마해 식사시간 때는 물론 2~4시에도 사람들이 많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기보다는 깔끔하고 캐주얼하다. 참고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면서 비싼 한국식당이 성공한 사례는 아직 단 한차례도 보지 못했다.
③ 한국음식을 활용한 뷔페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 경우에는 베트남인들도 한끼를 위해 100,000~150,000동을 손쉽게 지출하는 편이다. 이 가격대가 정말 비싼데도 불구하고, 10~20대들이 가지 못해 안달인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두끼(Dookki) 떡볶이가 아닐까 싶다. 식사시간 때는 식당 내부가 미어터질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도로를 점거할 정도로 셀 수 없는 오토바이들이 모여든다.
사실 성공사례로 꼽은 하누리와 두끼떡볶이의 재무상태표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영업이익이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많은 손님들이 찾고 있으므로 매출이 높은 것은 확실하다. 결론적으로 베트남 시장은 기회가 많긴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는 결코 만만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주의 깊게 분석한 뒤, 진입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