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 클로버에 들려 보쌈을 먹고 왔다. 확실히 기본 이상은 하는 맛이다. 보통 아침식사는 출근하느라 건너뛰고, 11시쯤에 이른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시간에 가면 손님들이 너무 많아 쫓기듯 밥을 먹게 되는 것 같아, 요새는 웬만하면 피해서 간다. 베트남은 음식값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저렴한 편인지라, 시간을 들여 재료를 사서 그걸 요리하느니 그냥 나가서 사먹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호치민 인사대 근처 맛집, 클로버
베트남 현지에 머무는 동안은 최대한 현지 음식을 먹으려 하지만, 한국음식이 무지하게 땡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주로 찾는 곳이 바로 클로버다. 이곳은 지난 2018년 호치민에 도착해 인사대 어학당에서 처음 베트남어를 공부할 당시 정말 자주 찾았던 곳이다. 기본적으로 음식 맛이 괜찮고, 가격 역시 여타 다른 한식당들에 비해 저렴한 편인지라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실제로 꽤나 많은 교민들이 이곳을 애정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클로버는 한차례 이사했다. 기존에 있던 곳보다는 인사대에서 멀어졌지만, 매장이 넓어졌다. 살짝 외진 곳인데, 이 부분을 염려한 클로버 오너의 고민이 간판에서부터 묻어나는 것 같다. 간판을 2개나 비치했고, 골목 안쪽에 있는 가게 메인간판은 멀리서 봐도 보일 수 있도록 크게 만들었다.
주로 보쌈과 제육볶음을 시켜 먹는데, 음식이 정갈하니 맛있다. 보쌈은 냄새를 잘잡아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보쌈무는 아삭아삭 달달하니 맛있다. 최근에 메뉴판을 깔끔하게 리뉴얼했다. 거기에 커피숍처럼 이렇게 스탬프를 50,000동마다 1개씩 찍어주는 멤버십 비슷한 혜택도 있다. 10% 할인을 제공해 주니 엄청 큰 혜택은 아니지만, 이런 소소한 재미야 말로 단골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현재는 해당 서비스가 종료됐다.
오토바이 주차 시 매번 이렇게 체인으로 묶어둔다. 유튜브로 오토바이 알리바바 영상을 접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오토바이 주차를 담당하는 경비원 바오베(bảo vệ)들은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 물론 번호표도 주고 이를 착실하게 확인하긴 하지만, 도둑이 정말 마음먹고 훔치려 하면 도리가 없다. 그런데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일일이 체인으로 묶어두니, 오토바이 분실에 대한 불안감이 전혀 없어 마음이 편하다.
추가 업데이트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이후 클로버는 이전보다 훨씬 장소를 넓혀 한차례 더 이전했다. (구글맵에 '클로버 식당'이라고 검색하면 주소를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인사대에서 사실상 도보로 이동하기 어려운 곳으로 옮겨져서 살짝 걱정이 됐는데, 웬걸 장사가 훨씬 잘된다. 물가가 오른 만큼 음식가격도 이전보다 오르긴 했지만, 다른 한식당들에 비하면 여전히 훨씬 착한 탓인지 사람들이 미어터진다. 특히 주말 식사시간 때 가면, 웨이팅은 무조건 각오해야 된다. 물론 한국인들도 보이지만, 대부분 젊은 20대 베트남인들이다.
호치민에서 음식점 오픈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시장조사를 할 때면, 대개 두끼떡볶이(대형 프랜차이즈)와 하누리(중형 프랜차이즈), 그리고 이곳 클로버(중소형 집밥)를 방문한다. 3곳 모두 한국인은 물론, 베트남인의 심리를 정확히 읽어내면서, 정말 성공적으로 장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클로버는 완벽하게 현지화에 성공한 캐주얼 한식당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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