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소울푸드는 역시 라면이다. 베트남에 와서도 배고플 때마다 가볍게 챙겨 먹는데, 입맛에 맞는 베트남 라면을 찾기 위해 매번 새로운 종류의 라면을 시도하고 있다. 4000동 남짓한 저렴한 라면부터 2만동이 넘는 고급라면까지 기회가 될 때마다 가리지 않고 하나씩 챙겨 먹어봤다. 그렇게 5년 정도 지나고 보니, 이제 베트남에 있는 웬만한 종류의 라면들은 모두 다 먹어본 것 같다.
가장 유명한 베트남 라면은 베트남의 농심, 에이스쿡(Acecook)에서 제조한 분홍색 봉지의 새우탕맛 하오하오(Hảo Hảo)가 맞지만, 생각보다는 맛이 별로였다. 많은 베트남인들이 신맛을 좋아해서 그런지, 국물 베이스가 알싸한 신맛이다. 따라서 평소 신맛이 나는 타이음식인 똠양꿍을 좋아한다면 입맛에 맞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딱히 끌리는 맛이 아닐 것이다. 아래 추천 베트남 라면 리스트는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됐음을 미리 밝힌다. 매번 똑같은 라면에 질렸다면, 한번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
베트남 라면 추천 베스트 TOP 6
① 시우 카이 (Acecook)
제일 자주 먹는 라면은 시우 카이(Siu Kay)로 상당히 매운 라면이다. 종류는 총 3가지가 있는데, 이 중에서 해산물(hải sản) 맛을 제일 좋아한다. 맛이 진짬뽕과 거의 비슷하다. 국물을 내서 먹어도 맛있고, 국물을 졸여 볶음라면처럼 먹어도 맛있다. 사실 까이(cay)라는 단어가 맵다는 뜻인데, 후문에 따르면 라면이름을 작명할 때 좀 더 쿨하게 보이려고, 카이(kay)로 바꿨다고 한다.
보통 한국라면은 면발이 두껍고 양이 제법 많아 한봉지면 한끼 식사로도 괜찮은 반면, 베트남 라면은 면발이 얇고 양도 한국라면의 2/3 정도밖에 되지 않아, 두봉지는 먹어줘야 배가 찬다. 반면, 시우 카이는 양도 많고, 면발이 한국라면처럼 굵어서 한봉지만 먹어도 충분하다. 며칠 전에 베트남 지인이 이 라면을 자주 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괜스레 반가웠는데, 생각보다 많이 알려진 것 같다. 가격은 베트남 편의점에서 12,000동 전후에 팔고 있다.
② 테 여이 미 (Paldo)
팔도에서 나온 한국라면인데, 용량이나 가격이 도통 한국라면스럽지 않아 가끔씩 먹는다. 테 여이 미(Thế Giới Mi)는 '면 세상' 정도로 해석된다. 베트남인을 타겟으로 나온 라면인지라 용량(73g)이 적고, 가격 역시 저렴(6000동)하다.
참고로 시큼한(chua) 맛이 있는데, 이는 베트남인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맛 중에 하나다.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팔도가 베트남인들이 선호하는 라면에 대해 상당히 밀도 있게 조사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현지화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여전히 유효한 트렌드 중에 하나인 매운(cay) 맛을 전면에 내세운 점 역시 기존 라면들과 차별화시킨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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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미 라우 타이
앞서 소개한 테 여이 미가 단종돼서 아쉽던 찰나에 우연히 알게 된 미 라우 타이(Mì Lẩu Thái)다. 앞서 소개한 똠양꿍을 연상시키는 하오하오와 동일한 컨셉이라 맛이 비슷할 것 같지만, 신맛이 덜하고 얼큰한 맛이 훨씬 진한 편이다. 편의점에서 아래 우측 사진과 같은 컵라면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아래 왼쪽 사진이 바로 봉지라면 버전이다. 포장지가 살짝 허접해 기대가 안될 수 있는데, 의외로 맛있다. 강추한다.
③ 인도미 미고랭 (Indofood Consumer Brand Product)
인도미 미고랭(Indomie Mi Goreng)은 워낙 유명해서 솔직히 부연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다행히 내 입맛에도 잘맞아 자주 찾아 먹고 있다. 참고로 미고랭(공식표기: 미고렝)은 원래 인도네시아식 볶음국수를 뜻하며, 인도미는 해당 라면의 브랜드명이다. 따라서 미고랭 자체는 베트남 라면이 아닌 인도네시아 라면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라면으로 유명한 만큼 동남아시아 국가에 방문한 사람들이라면 많이들 접해봤을 것이다.
마치 베트남에서 자주 먹는 볶음국수인 미 싸오(mỳ xào)와 비슷한 맛이 나며, 베트남인들 역시 정말 많이 먹는다. 역시나 용량이 85g 정도밖에 안돼서, 한봉지로는 성인남성이 먹기에 양이 좀 적다. 그렇다고 두봉지를 먹기에는 참 애매한 크기인지라, 매번 1.5개짜리 용량이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크기가 작은 만큼 가격 역시 상당히 저렴한데, 보통 6000동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팁으로 위 사진처럼 계란을 꼭 같이 해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진짜 맛있다.
④ 퍼 꿍딘 (Micoem)
꿍딘(Cung Đình)은 궁전을 의미하므로, 퍼 꿍딘(Phở Cung Đình)은 궁중쌀국수 정도로 의역하면 괜찮을 것 같다. 확실히 다른 인스턴트 쌀국수들에 비해 훨씬 고급스러운 편이다. 솔직히 다른 베트남 인스턴트 쌀국수를 먹고 실망한 적이 정말 많은데, 퍼 꿍딘은 기대 이상이다. 특히 국물이 시원해서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면 정말 맛있다. 노란색 포장지는 닭고기 쌀국수, 빨간색 포장지는 소고기 쌀국수인데, 개인적으로는 닭고기 쌀국수를 추천한다. 교민들 중에서도 은근히 퍼 꿍딘 팬들이 많은 것 같다.
⑤ 미 라우 타 하이 산 까이 (Omachi)
딱 보면 농심의 오징어짬뽕이 생각나지 않나? 포장지를 자세히 보면 '매운 짬뽕', '짱! 맛있어!'라는 문구가 한국어로 되어 있어, 확실히 카피한듯한 흔적이 보인다. 미 라우 타 하이 산 까이(Mi Lẩu Thả Hải Sản Cay)는 해산물을 넣은 매운탕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제조사인 오마치(Omachi)가 분명 베트남 로컬 식품업체인데, 맛이 정말 한국의 오징어짬뽕과 거의 똑같다는 점이다. 심지어 농심으로부터 제조 라이선스를 사 왔을 거라 추정했을 정도였다. 한국라면을 카피한 만큼 면발이 두껍고, 양도 넉넉하다. 확실히 다른 베트남 라면들에 비해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며, 가격도 2만동 이상에 판매하는 등 제법 비싼 편이다.
⑥ 미엔 푸 흐응 (Acecook)
미엔 푸 흐응(Miến Phú Hương)은 '먹으면 흥이 나는 면' 정도로 해석된다. 특이하게 밀가루면이 아닌 당면인데, 쫀득쫀득한 식감이 생각보다 괜찮다. 라면의 명가인 에이스쿡에서 나왔으며, 대략 9000동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역시나 양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성인남성은 두봉지 정도는 먹어야 될 것 같다. 다양한 맛이 있는데, 그중에서 아래와 같이 녹색 포장지인 돼지갈비(Vị Sườn Heo) 맛을 추천한다. 별미이니, 꼭 한번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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