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베트남 호치민에 분교설립을 공식화했다. 지난 2022년 8월에 발표된 서울대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인 만큼 실제로 구체화되고 있는 게 맞을 것 같다. 애초에 서울대에서 중장기발전계획 개발을 위해 멀티캠퍼스 분과를 설립한 상태에서 지난 2021년 4월부터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연구인만큼 분교설립 자체는 어쩌면 오래된 구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서울대 호치민 캠퍼스 설립 추진배경 총정리
앞으로 5년 내에 호치민에 대학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 서울대 호치민 캠퍼스가 어떤 식으로 런칭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언론의 보도를 따라가 보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석박사 학위 지원자 수의 감소를 염려해 학부 때부터 한국식 커리큘럼으로 가르쳐, 대학원생으로 선발하겠다는 목표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 제2장 5번째 과제인 '지속 가능한 미래지향적 멀티캠퍼스 구축'에는 큰 그림이 아래와 같이 그려져 있다.
한국의 학령인구 감소는 오늘내일의 문제가 아니며, 개인적으로는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의 학업을 지원해 줄 수 있을 만큼 경제력에 확신이 섰을 때 가능한데, 한국은 안타깝게도 고도성장이 끝났다. 이는 단순히 GDP로만 따질 수 없는 문제다. 미국처럼 이미 초강대국인 상태에서도 지속적인 고도성장이 가능한 경우에는 가정에서 아이를 더 많이 낳을 수 있는 심적 여유가 생기는데, 현재 한국사회는 청년들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바라고 있다.
현재로서는 기득권층이자 산업화의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린 40~60대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해야만 그나마의 예산확보가 가능한데, 그게 쉽지 않으니 문제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청년들에게 현금성 복지를 준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청년들 스스로가 내가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야 되는데, 그걸 조성하는데 실패했다.
서울대 호치민 캠퍼스가 런칭됐을 때 가장 염려되는 점은 연세대 원주캠퍼스와 고려대 서창캠퍼스처럼 본교와 전혀 다른 대학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와 경희대 수원캠퍼스의 경우에는 아예 이원화 캠퍼스이기 때문에 동일한 본교 취급을 받지만, 연세대와 고려대의 분교들은 전혀 다르다. 심지어 원세대나 서려대라는 식으로 아예 다른 학교 취급받는 게 현실이다. 즉, 서울대 호치민 캠퍼스 역시 자칫 잘못하면, 서치민대가 돼서 본교의 명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서울대가 협업을 고민하고 있는 대학교는 베트남국립대학교 호치민이라고 알려졌다.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들 중에 하나인 게 맞다. 베트남에는 국립 혹은 국가를 뜻하는 quốc gia(꿕 지아)라는 단어가 들어간 대학교가 2개밖에 없는데, 이는 베트남 국립대학교 하노이(Vietnam National University, Hanoi)와 베트남국립대학교 호치민(Vietnam National University, Ho Chi Minh City)이다. 각각 VNU, VNU HCMC라고 부른다.
동일한 명칭 때문에 같은 대학교의 다른 캠퍼스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서로 전혀 다른 대학교다. 다만, 보통 VNU 하면 하노이에 있는 VNU를 먼저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역대 베트남 수능성적의 합격컷을 봐도 하노이에 있는 VNU가 더 높은 편이다. 두 대학의 공통점은 베트남에서는 유일하게 교육부가 아닌 총리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교육기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베트남에서 만큼은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게 맞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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