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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일년살기

베트남인의 독특한 민족성 (+절대 맞짱뜨지 마세요)

by 알 렌 2024.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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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성이라는 단어 자체는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한 국가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그들의 성격을 고작 한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다만, 고유한 문화 덕분에 비슷한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정이 많고, 부지런하다.'라든가, '일본인들은 낯을 많이 가리고,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등은 경험적으로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평화로운 베트남

 

내가 살펴본 베트남인들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체로 순진하고, 참을성이 많으며, 가족을 굉장히 우선시하는 정서가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외에 그들만의 고유한 정서를 살펴보려고 한다. 사실 최근에 굉장히 희귀한 일을 겪었다. 근처 이웃집에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도둑이 들었는데, 이 도둑을 동네 사람들이 합심해 잡아낸 것이다.

 

베트남 도둑은 목숨 걸고 훔친다!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웅성웅성 성난 목소리가 들려, 무슨 일인가 싶어 발코니에 나가봤다. 대략 30대 정도 돼 보이는 한 남성이 맞은편 집의 지붕에서 손을 싹싹 비비면서 용서를 구하고 있었고, 골목길에는 족히 30여명이 넘는 동네 사람들이 몽둥이를 들고 나와, 그 남성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가 그 남성을 향해 소리 지르며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안 쫌(ăn trộm)이라는 단어가 들리는 걸로 봐선, 도둑임에 틀림없었다. 놀랐던 점은 도둑과 싸우기 위해 나온 무리들 중에는 성인여성은 물론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들 역시 대걸레나 빗자루 등으로 무장하고 나와, 합심해 도둑을 위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도둑은 맞아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정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지붕과 지붕 사이를 번개같이 움직였지만, 사람들이 움직이는 족족 소리 질러 방향을 알려주니, 도저히 멀리 갈 수가 없었다. 집집마다 창문을 잠그거나 창문 앞에서 몽둥이를 들고 서서,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도둑은 사람들에 의해 지붕에서 끄집어 내려져, 족히 10분 동안 말 그대로 몽둥이찜질을 당했다. 도둑에게 집을 털렸던 주인은 경황이 없었는지 맨발로 뛰쳐나와 도둑에게 날아차기를 하며, 분노가 담긴 가격을 이어갔다.

 

주변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아무도 말리지 않았으며, 도둑의 무릎을 꿇리고 손발을 테이프로 묶어 결박시켰다. 베트남 경찰인 꽁안(công an)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나타났다. 그리고 꽁안에게 도둑이 인계되었는데, 인계되는 와중에도 도둑에게 분을 푸는 사람들의 해코지가 이어졌다. 일련의 과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펼쳐졌는데, 이 사건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됐다.

 

베트남인 특유의 민족성

① 베트남 사람들은 뭉쳐서 움직인다.

예전에 웬만하면 베트남인과 시비 붙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베트남인 한명, 한명은 왜소하고 키가 작아 힘이 약해 보이지만, 당하는 순간 주변 사람들과 친구들이 무리로 몰려와 복수한다는 것이다. 위 에피소드가 딱 그 사례인 것 같다. 아직도 그 도둑이 불쌍한 표정으로 손을 싹싹 비비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문득, 초강대국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승리하지 못했던 이유가 얼핏 이해됐다. 이웃이 위험에 닥치자 여성이건 아이건 할 것 없이 무기가 될 수 있는 도구들을 들고 나와, 한몸으로 싸운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베트남에서는 범죄자의 인권이라든가 과잉진압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솔직히 범죄를 저지른 도둑에게 인권이라는 허울 좋은 안전막을 덧씌우고, 피해자에게 되레 과잉진압이라는 죄를 묻는 한국의 현실이 훨씬 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범죄자의 얼굴이나 신상은 주요 언론사에 전면적으로 공개된다.

 

② 베트남 사람들은 신고정신이 투철하다.

혹시 국사시간에 배웠던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5개의 가구를 하나의 집단으로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도록 만든 조선시대의 행정구역 체제다. 다만, 선의로 시작됐던 이 제도는 시간이 흘러 서민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서로가 서로의 근황을 살펴 문제가 생기는 데로 관청에 신고하도록 만들었고, 안하면 연좌제의 책임을 물었다. 이런 비슷한 제도가 베트남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국제화에 대한 경험이 많이 부족한 베트남인들은 외국인에 대한 공포가 아직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외국인들 중에서도 특히, 중국인들에 대한 경계는 한국인들이 일본을 싫어하는 그 이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인이 사는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꽁안에 신고하는 베트남인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③ 책임감이 없다? 자기 사업에는 굉장히 적극적이다!

개인적으로 베트남 경제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당연히 공무원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정말 느리고, 비효율적이면서도 부패했다. 이번 일만 봐도 알 수 있다. 사건이 발생한 우리 집 근처에서 걸어서 3분, 오토바이로는 30초도 안걸리는 거리에 파출소가 하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꽁안들은 사건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족히 20분이 넘게 걸렸다. (물론 꽁안은 한번 결심하면, 정말 작정하고 수사해 내는 사정기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베트남인들이 꽁안을 무서워하고 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실 베트남 공무원들을 포함해 많은 베트남인들이 회사에서 책임감 있게 일하지 않는 데는 어느 정도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내란과 베트남 전쟁 등을 거치는 와중에, 앞장서서 임무를 수행하면, 나중에 극단적인 문책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은 지난 1975년에 겨우 종전됐다.) 대신 어떤 일에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한 공포는 자기 사업을 할 땐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베트남인들은 되레 굉장히 적극적이고, 부지런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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