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 웬만하면 다 맛있게 먹는 편이다. 하지만 진짜 맛있는 가게에 가면 확실히 뭔가 다름을 느낀다. 오늘 소개하려는 호치민 2군 안푸(An Phú)에 위치한 삼겹살 맛집 금돼지는 확실한 일품요리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참고로 이곳은 이제 더 이상 호치민 2군이 아니라 투득시에 속하게 됐지만, 아직은 호치민 2군이 더 입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더불어 행정구역상 안푸에 있긴 하지만, 타오디엔(Thảo Điền)의 경계에 있기 때문에 느낌적인 느낌으론 타오디엔에 더 가깝다고 느껴진다.
호치민 2군 안푸 삼겹살 맛집, 금돼지
금돼지 숙성 생고기 BBQ는 현재 호치민에 5개의 지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안푸 지점은 대략 2024년 7~8월쯤에 한창 오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런칭 초창기엔 늘 어느 가게나 혼잡스러움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방문을 자제하다가, 연말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러 갔다. 결과부터 얘기하면, 정말 만족스러웠다. 만약 고기맛에 진심이라면, 무조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식당 곳곳에 한국인 특유의 세심함과 배려가 묻어 있었다. 가게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기에 위생에 민감한 분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안심되지 않을까 싶다. 테이블 간에 간격이 상당히 넓고, 여유가 있어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거기에 인테리어와 집기들이 일반적인 로컬가게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신경을 써서 그런지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함께 방문한 지인이 인테리어를 연신 카메라에 담았을 정도로 꽤나 인상적이었다.
프리미엄 레스토랑인 만큼 음식값은 제법 나가지만, 솔직히 맛 자체가 워낙 납득이 될 정도로 맛있기 때문에 딱히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는 돼지모둠세트의 구성을 보면, 돼지모둠 500g + 계란찜 + 김치찌개(혹은 된장찌개)다. 일단, 계란찜과 김치찌개 자체는 그닥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평균 이상은 했다. 개인적으로는 김치찌개에 고기가 듬뿍 들어 있어서 그런지 이것만으로도 한끼 제대로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돼지모둠은 크게 ㉮ 금돼지고기, ㉯ 은돼지고기, ㉰ 동돼지고기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이중에서 최상급 고기라 할 수 있는 금돼지고기의 경우, 100g (당) 164,000동 정도니 무려 건식숙성을 시킨 돼지고기 치고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럴까? 실제로 가게 내부를 둘러보면, 고객들 중 70~80%가 베트남인이었다. 돼지고기에 진심인 베트남인들 입장에서도 한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참고로 고기는 숙성시키면 숙성시킬수록 훨씬 더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솔직히 그 차이가 얼마나 날까 싶었는데, 이곳에서는 건식숙성과 습식숙성된 돼지고기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끼면서 즐길 수 있다. 건식숙성(dry aging)된 돼지고기는 쫀득쫀득한 느낌이 나고, 습식숙성(wet aging)된 돼지고기는 부드러웠다. 물론 건식숙성의 난이도가 훨씬 높고, 수고로움이 더하기 때문에 금돼지고기의 가격이 좀 더 비싸긴 하지만, 사실 어쩌면 개개인의 취향을 탄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하지만 목살을 생각하면, 무조건 금돼지고기를 추천한다. 은돼지고기나 동돼지고기에 비해 확실한 차이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거의 역대급으로 맛있었다. 솔직히 삼겹살 같은 경우에는 그냥 맛이 다르다는 정도로 느껴졌는데, 목살은 정말 놀라울 정도의 차이가 났다.
금돼지 콤보세트1 돼지모둠세트
· 금돼지고기(21일 건식숙성) : 820,000동 / 100g (당) 164,000동
· 은돼지고기(15일 습식숙성) : 740,000동 / 100g (당) 148,000동
· 동돼지고기(3일 습식숙성) : 690,000동 / 100g (당) 138,000동
밑반찬의 가짓수는 많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알차고 정갈했다. 쌈채소가 싱싱한 점도 정말 맘에 들었다. 운이 좋았는지 내가 방문했던 날에는 사장님이 직접 홀에 머물면서 테이블을 직접 관리하고 계셨다. 고기도 일일이 맛있게 구워주시고, 이런저런 맛있게 먹는 팁도 들을 수 있었다. 고기를 먹을 때 와사비와 빵가루를 같이 찍어 먹는 조합을 추천해 주셨는데, 의외의 조합치고는 상당히 맛있던 것으로 기억난다.
함께 찍어먹을 수 있는 소금이 무려 3종류(핑크, 후추, 새우)나 나왔다. 소스 맛이 아닌 온전히 고기 맛을 즐기고 싶을 때는 감칠맛만 돋궈주는 소금만 찍어먹는 편인데, 금돼지에서는 이것도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사실 숙성고기의 깊은 맛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소금에 찍어먹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문득 냉면이 생각나서 함께 먹었는데, 역시나 평균 이상은 하는 맛이었다. 평소 즐겨 먹던 맛찬들 냉면만큼이나 괜찮았다. 소주 대신에 함께 마셨던 살얼음 맥주는 하루 종일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리는데 딱이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탄산이 잘 유지된 탓에 시원함과 짜릿함 그 자체였다. 너무 맛있어서 연거푸 한잔 더했다. 캬~ 지금 생각해도 정말 짜릿한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가게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도 즐길 수 있다. 맥도날드에서 먹을 수 있는 생크림 아이스크림인데, 여러모로 신경 쓴 티가 많이 난다. 금돼지는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고, 드라이 에이징한 돼지고기라는 특별함 때문에 회식장소로 이용하기에 딱이라고 본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 모두가 함께 맛있는 저녁 한끼를 하는 데도 괜찮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