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거주하다 보면, 제일 불편한 게 관공서에서의 행정업무다. 공무원 특유의 시크함이 동반된 불친절함과 언어의 한계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정확하게는 어렵다기보다는 귀찮다는 표현이 좀 더 맞을 것 같다. 애초에 뭐가 잘못됐는지 종합적으로 가르쳐주면, 한번에 싹 다 준비해 다음번에 방문할 때 마무리할 수 있는데, 당장에 보이는 문제점들만 지적하니, 계속 재방문을 이어가야 할 때가 많다. 따라서 신청자 스스로가 전반적인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분명 같은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따라 혹은 담당자마다 세부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된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뭔가 뚜렷한 절차가 있긴 한데, 미묘하게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진 2장을 제출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막상 가보면 3장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든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여유 있는 자세로 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베트남 결혼비자(=결혼 거주증) 신청방법 총정리
엄밀하게 베트남에는 결혼비자라는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결혼비자에 준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TT로 구분되는 비자 혹은 거주증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포스팅을 통해 아주 자세히 설명해 뒀으니, 전반적인 흐름 파악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읽어보는 것을 강추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출국해야 되는 5년짜리 비자면제증이 아닌 1~3년짜리 임시거주증 테땀주(thể tạm trú)를 신청하는 방법에 관해 알아보겠다.
준비해야 될 서류는 총 8개다. 혼인신고에 비해 훨씬 난이도가 낮으니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굳이 몇배는 비싼 대행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은 베트남인 배우자가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다수의 베트남인들이 관공서 업무 자체를 엄청난 스트레스로 여기기 때문에 흐름을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함께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① 여권(신청자)
유효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남은 여권이어야 되는데, 나중에 테땀주의 유효기간을 고려해, 최소 3년 이상 남은 여권으로 하는 것이 낫다. 테땀주의 유효기간을 여권의 유효기간보다 길게 만들어 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상당히 희박할뿐더러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나중에 재신고하는 것이 상당히 번거롭다. 따라서 유효기간이 애매하게 남은 상태라면, 아예 여권을 새로 신청해 신규여권으로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② 사진 2~3장
사진의 크기는 2×3cm이며, 이것보다 살짝 크더라도 착한(?) 담당자를 만나면, 그냥 허용해 주는 분위기다. (착한 담당자는 사진을 직접 2×3cm 크기에 맞춰 가위로 잘라준다.) 이때 주의해야 될 점은 배경이 반드시 흰색이어야 되며, 이왕이면 안경을 미착용한 상태에서 귀를 최대한 잘 보이게 하면 좋다. 그냥 여권사진 찍을 때 주의해야 될 기준에 맞추면, 사진 때문에 문제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2장을 요구하는 게 맞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3장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니 넉넉하게 준비하자.
③ 베트남 배우자 가족관계증명서 원본과 복사공증 1부 (hộ khẩu của vợ photo công chứng)
베트남 배우자의 가족관계증명서(=호적)라 할 수 있는 호커우(hộ khẩu)를 복사공증하면 된다. 복사공증은 번역공증과 달리 거의 실시간으로 금방 끝날뿐만 아니라, 비용도 매우 저렴하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2~3부 정도 추가로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다른 분들 후기를 살펴보면, 일부 출입국사무소에서는 이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딱히 어렵지 않으니 일단 준비하자. 출입국사무소에 방문할 때는 호커우 원본도 함께 가져가야 되며, 담당자가 이를 비교해 본 뒤 원본은 바로 돌려준다.
가끔 베트남 배우자가 호커우 원본을 이미 관공서에 반납하고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현재 베트남 정부가 전자정부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종이로 된 문서들을 없애고 있는 중이다. 호커우가 없는 경우에는 베트남 배우자의 거주지에 있는 인민위원회 UBND(Ủy Ban Nhân Dân)에서 관련 서류 한장을 발급받으면 된다. 발급받은 서류를 복사공증해서 챙기자.
④ 혼인신고서 복사공증 1부 (giấy đăng ký kết hôn photo công chứng)
베트남 혼인신고 후에 받았던 혼인신고서를 복사공증하면 된다. 호커우를 복사공증할 때 함께 하면 좋을 듯싶다. 혹시 모르니, 여분의 복사공증과 함께 혼인신고서의 원본도 함께 들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⑤ 베트남 배우자 주민등록증 복사공증 1부 (giấy cmnd của vợ photo công chứng)
베트남 배우자의 주민등록증을 복사공증하면 된다. (호커우와 혼인증명서를 복사공증할 때 함께 하자.) 다만, 주민등록증의 경우에는 한가지 이슈가 추가로 있다. 앞서 언급한 데로 베트남은 전자정부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기존 주민등록증(CMND)에서 칩이 담긴 신규 주민등록증(CCCD)으로 재발급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일부 출입국관리소에서는 구 주민등록증(코팅)을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에는 빠르게 베트남 배우자가 신규 주민등록증(플라스틱)으로 변경해야 된다. 역시나 여분의 복사공증과 실제 주민등록증을 함께 들고 가자.
⑥ NA8 임시거주증 신청서 1부
임시거주증, 테땀주를 신청하는 용지다. 인터넷에서 NA8 문서는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으니, 미리 작성한다. 참고로 베트남은 관공서에 문서를 작성할 때 검은색 볼펜이 아닌 파란색 볼펜을 사용하는 게 관례다. 그래서 관공서나 은행 등을 가보면, 파란색 볼펜을 비치한 경우가 많다. 혹시라도 헷갈리는 것이 있다면, 공란으로 남겨두고, 출입국사무소에서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된다.
헷갈릴만한 것은 가장 마지막에 베트남에 입국한 날짜인데, 말 그대로 실제로 가장 마지막으로 베트남에 입국한 날짜를 의미하므로 비자 스티커에서 입국날짜를 찾아 기입하면 된다. 즉, 마지막으로 비자연장을 했던 날짜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하자. NA9 문서 좌측 상단에는 사진을 붙이는 공간도 있으니 놓치지 말자.
⑦ NA7 신원보증서 1부
결혼비자(=결혼 거주증)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일 받기 어려운 문서다. 배우자의 고향에 있는 경찰서에 찾아가 NA7 문서에 도장을 받아야 된다. 만약 이전에 해당 지역에 거주신고(tạm trú)를 한 적이 있다면, 바로 도장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더 이상 서류신청을 직접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결혼비자 신청전, 마지막 비자를 발급받았을 때 미리 베트남 배우자가 거주하는 곳에 있는 경찰서에 방문해 거주신고를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전에 거주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NA7 문서에 도장을 받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이 배우자의 지역사회 인맥을 활용하거나 대행업체를 찾아야 된다. 따라서 추후에 테땀주를 받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이 바로 거주신고를 먼저 하는 것이다. 거주신고서는 신청과 동시에 바로 받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 정도 걸릴 수도 있다. 거주신고는 최대 1년까지만 유효하기 때문에, 아무리 유효기간 3년짜리 테땀주를 받았다 한들 1년에 한번씩은 계속 갱신해야 된다.
⑧ 거주신고서 1부
앞서 언급한 데로, 거주신고서, 땀주(tạm trú)는 경찰서에서 NA7 문서에 도장을 받는데도 사용되지만, 출입국사무소에 테땀주를 신청할 때도 함께 제출해야 된다. 참고로 땀주는 양식이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물론 일부 출입국사무소에서는 요청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확실히 수취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니, 일단 무조건 소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총 8개의 서류들을 모두 준비한 상태에서 베트남 배우자의 고향에 있는 출입국사무소에 방문해 테땀주를 신청한다. 보통 오전에만 접수받는 경우가 흔하며, (반대로 수취는 오후) 빠르면 이틀, 대개는 일주일 정도 지나면 수취가 가능하다. 신청비는 $155이며, 베트남동으로도 접수가 되니, 굳이 달러를 준비할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