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유학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베트남의 교육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한동안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어학연수와 유학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다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저런 정보들을 조사하고 공유하면서, 문득 '만약 다시 한번 대학을 갈 수 있다면, 과연 베트남에 있는 대학을 선택할까?'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솔직히 호치민에 막 정착했을 시점만 해도, 베트남에 있는 석사 진학을 바로 알아봤을 정도로 막연하게 베트남의 모든 것이 장밋빛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건물들이 세워지고, 오래된 가게들이 프랜차이즈나 외국계 자본들로 채워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다 보니, 많은 것들이 기회로 느껴졌던 것 같다.
베트남에서 가장 발전했다는 호치민이지만, 여전히 2000년대의 한국처럼 부족한 면들이 많기에, 분명 사업적인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 6년여 정도 현지인들과 생활하며 베트남에 체류해 보니, 뭔가 나름의 구체적인 시각이 생긴 것 같다. 다음은 매우 주관적인 베트남 유학의 장단점이다. 만약 베트남 유학을 고민하고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베트남 유학의 6가지 장단점
① 최고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베트남어
아무래도 가장 큰 장점은 영어를 제외한 또 하나의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8년여간 외국에 머물면서, 한국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다가왔던 적은 아쉽게도 단 한번도 없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것이 외국에 머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요새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워낙 많이 늘어나다 보니, 웬만큼 잘하지 않고서는 특별한 경쟁력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아마도 지난 20여년 사이에 가성비 좋은 필리핀 어학연수나 영어권 국가들의 워킹홀리데이가 활성화되면서, 영어활용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특별한 하나가 더 필요한데, 베트남어는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영어에 비해 베트남어는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은 성조 때문이다. 실제로 어학당에서 베트남어를 공부하며 만났던 사람들 대부분이 베트남에 거주한 지 2~3년 이상 됐으며, 심지어 10년 가까이 머문 케이스도 있었다.
그 사람들이 과연 게을러서 베트남어를 익히지 못했을까? 아니다. 아마도 베트남어의 6개 성조가 주는 어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어는 발음이 좀 틀려도 무슨 말을 하는지 대략 이해가 되기에, 듣는 사람이 쉽게 교정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어는 단순히 톤이 올라가거나 떨어지기만 해도 전혀 다른 말이 되기 때문에, 언어적인 센스가 있거나 훈련받지 않는 이상 교정해 주기 쉽지 않다. 따라서 특별한 훈련 없이, 자연스럽게 베트남인들과 생활하면서 베트남어를 향상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환상에 가깝다.
② 과연 한국어를 익힌 베트남인보다 경쟁력이 있을까?
따라서 어학당에 등록해서 작정하고 공부해야 되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은 이상, 이게 또 생각만큼 쉽진 않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내 한인타운이 워낙 잘 발달된 탓에 베트남어를 몰라도 당장에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는 것 역시 학습에 대한 절박함을 없애기도 한다.
심지어 베트남어 학습이 내 몸값을 향상시키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요새는 한국어를 잘하는 베트남인들이 많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베트남어를 익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베트남인 통역(직원)을 고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하지만 베트남어를 잘하는 한국인의 인건비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베트남인의 인건비가 훨씬 저렴하다.
따라서 베트남어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역시나 한계가 있으며, 다른 무언가와 연계됐을 때, 비로소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법이나 회계, 부동산과 관련된 분야에서 자격증을 획득하거나 실무에서 경험을 쌓는다면, 향후에 사업적으로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베트남법이나 회계를 전공한 베트남인이 한국어를 잘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실제로 지난 6년 동안 위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을 딱 1명 만나봤다. 그 사람과 함께 1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고객들이 문의를 했다.
③ 저렴한 학비와 생활비
이쯤에서 한번 현실적인 비용문제를 살펴보자. 한국 대학교의 1년치 학비가 600~1000만원 정도 되니, 졸업까지 최소 2400~4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반면 베트남 대학교의 1년치 학비는 약 300만원이 조금 넘으므로, 졸업까지 여유 있게 대략 120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생활비는 어느 정도가 필요할까? 생활비는 개인의 씀씀이에 따라 편차가 크겠지만, 같은 씀씀이라면 한국생활과 비교해 대충 절반 정도의 생활비가 예상된다. 물론 한인타운에 거주하며, 한식을 자주 먹으면, 한국에서의 지출규모와 비슷해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된다. 다만, 베트남에서의 지출은 단순히 삶을 이어가기 위한 지출을 넘어서, 누군가에게 정보가 되는 경험이기 때문에 활용에 따라서는 그 값어치가 남다를 수 있다. 이렇게 학비와 생활비를 가성비 측면에서 살펴보면, 확실히 베트남에서 공부하는 편이 낫다.
베트남은 유교문화가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한국인이 체류하기에 크게 이질감이 없다. 실례로 베트남 부모들의 교육열은 대단히 높은 편이다. 개인의 삶을 뒤로한 채, 아이들 학업에 올인하는 모습에서 한국 부모의 모습이 보일 정도다. 하교시간 학교나 학원 근처에는 아이들을 마중 나온 부모님들과 오토바이들 때문에 그야말로 장사진이다. 이런 베트남인들의 가족중심적인 문화는 한국인들에게 꽤나 친숙할 수 있다.
이렇게 굉장히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전혀 다른 부분들도 많다. 뭔가 확실하지 않고, 물에 술 탄듯, 술에 물 탄듯한 태도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 그냥 아니라고 하면 끝날 일을 아예 답변 자체를 회피해 속을 태우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심지어 관공서에서 집행하는 간단한 업무조차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비자마저도 늘 예외가 있기 때문에 겪은 사람들마다 다른 경험담이 나온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비슷하달까? 꼬리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채찍과 같다고 말할 것이고, 다리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기둥과 같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베트남에서는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자조적인 말이 돌 정도다.
④ 졸업 후의 전망이 정말 장밋빛인가?
싼 게 비지떡이라고 졸업 이후의 결과가 불만족스럽다면, 베트남 유학을 고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자기 하기 나름이지만, 일반적으로 한국학생들이 선호하는 국립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학교나 국립 호치민 사범대학교, 호치민 RMIT를 졸업한 학생들의 퍼포먼스를 살펴보면, 치열하게 대외활동을 하거나 인턴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마냥 긍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솔직히 입학 자체가 한국 대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탓에, 애초에 학업적으로 우수한 재원들이 모였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 유학이라는 남다른 도전 속에서 여러 가지 삶의 지혜를 배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인생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환경으로 인해 우왕좌왕하며 이런저런 실수를 많이 저지르겠지만, 그런 실패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능력과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
베트남 유학 자체는 결코 인생을 바꾸는 마법이 될 수 없으며, 그 과정 간에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성과가 나온다. 성과에 대한 만족은 기대수준에 따라 반비례한다. 기대수준이 너무 높았다면 제법 괜찮은 성과가 나왔더라도 불만족스러울 것이며, 같은 성과라도 기대수준이 적정했다면 만족스러울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인사대나 사범대 등은 베트남 수능에서 상위권 성적을 받아야 입학이 가능하기에 베트남인들 사이에서는 명문대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졸업생들은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⑤ 공채 VS 현지채용
사업 아이템을 찾은 졸업생들은 유학 이후 바로 창업에 들어가지만, 보통은 취업을 먼저 시도한다. 베트남 취업에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베트남어를 이미 상당 부분 해결했기 때문에, 베트남어가 필요한 직무라면 어디든 지원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베트남어만 필요한 직군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며, 경쟁자들이 한국외대 베트남어학과 출신이거나 동료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차별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경쟁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베트남 취업을 준비하는 지원자들은 한국의 공채냐 혹은 현지채용이냐에 따라 처우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상당히 신중하게 고민해야 된다. 보통 공채로 입사해서 베트남에 주재원으로 오는 경우에는 한국에서의 급여수준과 4대보험 등이 적용되지만, 현지채용의 경우에는 베트남인들보다 많이 받긴 해도, 공채로 입사한 직원들보다 못하다.
그나마도 대기업에서 현지채용을 진행한 경우라면 최소한 처음 약속한 급여와 복리후생 등이 제대로 지켜질 확률이 높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일부 중소기업에서 채용 간에 했던 약속을 어기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 일부 취업준비생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기업'이라는 단톡방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물론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며,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들이 훨씬 많다.
⑥ 향후 최소 20년간은 기회의 땅이 될 베트남
베트남 인구는 지난 2023년에 이미 1억명에 도달했으며, 이중 10~30대 인구가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 나라다. 이는 저렴한 인건비의 노동가능인구가 많음을 의미하기에, 실제로 상당수의 중소제조업체들이 베트남에 진출하기도 했다. 또한, 여전히 부족한 도로, 항만, 공항 등과 같은 각종 대규모 인프라 시설과 대단위 아파트의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기에, 이 분야에 노하우를 가진 한국 대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거라 기대된다.
단순히 건설이나 제조와 같은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산업 외에도 각종 서비스업의 진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베트남에 젊은 층의 인구가 많다는 사실은 앞으로 소비대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에 많은 한국의 의료업체나 교육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육업체인 청담러닝은 자사의 프랜차이즈 영어학원인 에이프릴 어학원을 하노이에 집중적으로 런칭했는데, 현지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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