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의 광복절(光復節)이다. 광복은 말 그대로 빛(=주권)을 되찾았음을 의미한다. 지난 1945년 8월 15일, 일본으로부터 주권을 되찾은 날인 만큼 중요한 국경일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단순히 쉴 수 있는 날이라 좋았지만, 해외에 있으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그 의미를 곱씹어봤다. 베트남에도 광복절에 비견되는 독립기념일이 있다. 그 유래를 살펴보자.
베트남 독립기념일 유래
매년 9월 2일은 베트남 독립기념일인 응아이 꿕 칸(Ngày Quốc Khánh)이다. 베트남 독립기념일은 1945년 9월 2일 베트남 민주공화국의 초대주석인 호치민(胡志明)이 하노이의 바딘광장(Quảng trường Ba Đình)에서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날이다. 일부 사람들은 베트남 독립기념일 대신에 독립선언일 혹은 건국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베트남의 근대사를 알면 이해가 쉽다.
1858년 선교사를 핍박했다는 이유로 베트남에 침공한 프랑스가 이후 80여년 가까이를 식민통치했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동안 호치민은 프랑스에서 베트남의 독립운동을 준비했으며, 1941년에는 중국에서 베트남 독립동맹회인 베트민(Việt Minh)을 설립했다. 따라서 베트민에는 민족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혹시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베트민 당기는 베트남 국기와 조금 다르다.
이때는 이미 2차 세계대전(1939년)이 발발한 상황이었으며,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함에 따라 독일의 동맹국인 일본이 프랑스를 대신해 베트남을 식민통치했다. 이 기간 동안 비엣민은 군대를 계속 보내 일본군과 저항했으며, 미국이 1945년 8월 6일과 9일에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전면적인 항복선언을 받아냈다. 이에 호치민은 같은 해 9월 2일에 바딘광장에서 독립을 선언했으며, 이날은 베트남의 독립기념일로 지정됐다. 아래는 호치민이 연설한 독립선언문의 일부이다.
베트남 독립선언문
이제 우리는 지난 80여년간의 프랑스 식민노예 통치생활을 벗어나 자유와 독립을 선포한다. 베트남은 자유와 독립의 권리가 있으며, 이미 그 권리들을 획득했다. 모든 베트남인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이 고귀한 정신을 지켜나갈 것이다.
연휴가 길어진다?
지난 2019년에 노동법이 개정되면서, 지난 2021년부터 독립기념일 앞 혹은 뒤로 하루를 더 쉴 수 있게 됐다. 토요일도 근무를 하며, 연간 공휴일이 10여일 밖에 안되는 베트남 직장인들의 입장에서는 장기휴가를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셈이다. 2024년 독립기념일 같은 경우에는 9월 3일(화)이 추가 공휴일로 지정됐다. 따라서 주 5일제 근무자들은 8월 31일(토)부터 9월 3일(화)까지 총 4일 동안의 휴일을 보낼 수 있다.
만약, 이 기간 동안 근무를 하면, 통상임금 외에 300%를 수당(→ 400%)으로 지급해야 된다. 여기에 이날 초과근무나 야간근무까지 하게 되면 통상임금 외에 390%를 수당(→ 490%)으로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징벌적인 수준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되기 때문에 정말 급하지 않는 이상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근무를 요청하기 힘들다.
따라서 앞으로는 독립기념일에 맞춰 장기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며, 베트남 유명 관광지들이 평소보다 좀 더 붐빌 거라 예상된다. 9월초는 아직 우기(雨期)인 만큼, 해당 연휴기간 동안의 날씨를 미리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년 독립기념일에는 호치민시 도처에서 불꽃축제를 진행하는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야외에서 집합하는 행사를 개최할 수 없어, 조명만 켜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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